서양미술사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에르미타쥐 박물관을 관람하실 때 서양미술사 각 시대의 작품과 화가들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르미타주는 서양미술사 전체를 보는데 더없이 좋은 박물관입니다.

최근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참모본부에 마티스, 인상파, 칸딘스키관을 새로 개장하였습니다. 참모본부 내부는 고전적 외관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노출콘코크리트 모더니즘 인테리어를 갖고 있습니다. 전시관 자체만으로도 이미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그 동안 에르미타쥐 박물관의 진가를 알기에 반일 투어로는 너무 부족하였습니다. 이제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전일 관람해 보십시오. 서양미술사 전체를 관통하십시오. 회화와 조각에 대한 기초지식을 얻으십시오. 이를 통해 유럽의 박물관들을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시작 : 11:00 AM

종료 : 18:00 PM

겨울궁전과 참모본부가 둘러싸고 있는 궁전광장 한가운데에 알렉산드르 1세 원주가 서있습니다. 이곳에서 부터 에르미타쥐 서양미술사 투어가 시작됩니다.

에르미타쥐 박물관의 마돈나 리타는 해부학 연구 결과와 원근법을 충실히 반영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긋이 아기를 바라보는 성모는 가장 성스러운 인간을 보여 주는 듯 하며, 의젓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아기 예수는 이 세상의 구주임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바로크 최대의 화가는 루벤스입니다. 그는 윤곽선을 최대의 가치로 여기던 고전시대의 문법에서 벗어나 색이야 말로 본질을 드러내는 요소임을 강력하게 구현해낸 화가입니다.

​루벤스는 이 그림에서 극단의 쾌락을 즐기는 신과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쿠스는 축제의 신으로서 한손에 술잔을 들고 있습니다. 바쿠스의 오른편 위쪽에는 바쿠스의 양아버지 실레노스가 술독채 술을 들이키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아기가 방뇨를 하고 있는데, 술을 마신 듯 홍조를 띠고 있습니다. 왼쪽 아기는 술잔에서 떨어지는 술한방울이라도 받아 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술 시중드는 헤베여신은 주흥을 돋구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술을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저마다 고유한 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쾌락에 적극적인 모습들입니다.

​루벤스는 일탈, 극심한 대립, 혼란과 같은 바로크 시대의 가치를 이 그림에서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한쪽 신발이 벗겨진채 남루한 옷을 걸친 작은 아들. 가만히 손을 얹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맨 오른쪽에는 분노한 맏아들. 명암법을 즐겨 사용하는 렘브란트는 아버지의 얼굴과 맏아들의 얼굴을 밝게 함으로써 서로 대립되는 가치를 표현하되, 궁극적인 승리가 결국 '사랑'에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과 도덕이 지켜져야 하지만, 보다 높은 자리에서 허물진 자와 의인 모두를 포용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기에 사람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이렇게 맏아들과 아버지의 표정을 대비시킴으로써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라고 하는 기독교의 핵심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었습니다.

자연주의 화파라고도 불리는 바르비종파는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자연이나 농촌 그 자체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 콩스탕 트루아용의 그림에는 항상 가축이 등장하며, 사람들과 어우러진 목가적 풍경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등장 인물들이 모두 역광 때문에 어둡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어린 양의 붉은 귀,나귀의 콧김, 폴짝 뛰는 개한마리와 이를 뚱하니 바라보는 소는 사실적 묘사가 넘칩니다. 고전주의 또는 낭만주의와 결별하고, 보이는 대로 그린다는 사실주의 전통에 충실한 이 작품은 인상파의 등장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오후에는 참모본부로 이동하여 인상파와 마티스의 작품을 감상합니다. 내부 인테리어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바로크풍의 겨울궁전과는 색다른 맛을 풍깁니다.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가장 많은 마티스 컬렉션을 보유한 곳 중 하나입니다. 마티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춤 II는 행복한 인간의 원형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춤과 음악이 한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유명한 화상 슈킨이 마티스에게 의뢰한 것으로, 마티스는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작품을 그렸습니다. 1917년까지 이 그림들은 슈킨의 모스크바 근교 별장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춤과 음악은 황금시대의 대표적 생활입니다. 바쿠스 축제의 열정이 빨강, 파랑 그리고 녹색을 따라 강력하게 합일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천지인이 하나가 되려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마티스는 슈킨의 별장에 초대된 모든 이들이 춤과 음악 한 쌍의 그림처럼 행복하게 즐기다 가기를 바란 듯합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알폰소 무하와 함께 아르누보의 대표화가인 모리스 드니의 컬렉션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르누보는 장식적이고 여성적인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모리스 드니는 무엇보다 그림은 2차원이라는 점을 직시한 화가입니다. 회화는 더 이상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그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평면적인 구성과 단순하지만 조화로운 색채의 구성을 선호하였습니다. 3차원적인 표현을 일부러 배제한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점묘법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한편 그의 그림에는 다양한 상징이 등장합니다. 봄 풍경과 여인들이란 작품에서는 여인들이 들고 있는 꽃은 운명의 점을 치는 것을 의미하고, 한여인은 미래의 배우자의 이름을 나무에 새기고 있습니다. 한여인이 쓰고 있는 화관은 꽃의 여신 플로라가 서풍의 신 제퓌로스와 결혼할 때 주었던 것으로 역시 배우자를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화사한 색채와 장식적 묘사로 사랑을 꿈꾸는 여인들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모리스 드니의 상징적 표현 방식은 훗날 입체파와 야수파 더 나아가 추상파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